텃밭에서 찾는 건강

살구 - 폐기능 향상

김형찬 한의사의 생활한의학연구소 2024. 3. 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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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생들의 축제를 행림제라고 하는데, 행림(살구나무숲)에는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옛날에 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해 주고 치료비를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치료비 대신 살구나무를 한그루씩 심게 했는데, 시간이 흘러 그 일대가 살구나무 숲을 이뤘다고 합니다. 

그 뜻을 이어받아 사람을 살리는 의술을 펴자는 의미에서 축제이름을 그리 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살구나무 두 그루를 심은 이유는 그런 원대하고 고상한 뜻에서가 아니라, 어릴 적 동네 아주머니가 여름이 되면 한 바가지씩 가져다주던 그 찰진 살구 맛을 잊지 못해서였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너무 키가 크면 따기가 어렵다고 동네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이른 봄에 가지치기를 했는데, 소리 없이 제법 많은 열매를 달아주었습니다. 

통통하고 노랗게 익어가는 살구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말 뿌듯해집니다.
 
살구는 봄에 피는 꽃도 보기 좋고, 열매도 맛이 참 좋습니다. 

다른 과일과는 달리 씨와 과육이 말끔히 떨어지는 모습도 유쾌합니다. 

파키스탄 훈자지방은 온통 살구나무라는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모습이 얼마나 멋질까요. 


요즘에는 피부미용에 살구씨를 많이 쓰는데, 의서에 적힌 살구의 효능은 이렇습니다.
 
살구씨(행인) 
성질은 따뜻하며 맛이 달고 쓰며 독이 조금 있다. 

기침이 나면서 기가 위로 치미는 것, 폐기로 숨이 찬 것을 치료하고 땀을 나게 하며 개의 독을 없앤다.
어느 곳에나 다 있는데 산 살구는 약에 쓸 수 없고 반드시 집 근처에 심은 살구나무 열매를 음력 5월에 따서 쓴다. 

씨를 깨뜨려 속의 알맹이를 발라 끓는 물에 담갔다가, 씨앗의 끝부분과 알맹이가 두 알이 든 것을 버리고 밀기울과 함께 노랗게 볶아서 쓴다.
  
살구열매(행실) 
따뜻하고 맛이 시며 독이 있다.

많이 먹으면 정신이 상하고 힘줄과 뼈가 상한다.
 
많은 처방에서 살구씨는 폐에 작용하여 기를 내리고 기침을 멎게 합니다. 

껍질과 그 끝을 버린다고 한 것은 그곳에 독성이 많이 몰려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살구씨를 피부미용에 쓰는 것은 그 성분이 피부에 좋은 까닭이겠으나, 한의학에서는 폐가 피부를 주관한다고 하여 피부의 기능과 폐의 작용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폐 기능을 정상으로 만들어주는 살구씨의 기능이 피부에도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살구를 한자로 보면 殺狗(죽일 살, 개 구)입니다. 말 그대로 ‘개를 죽인다’는 말인데, 개고기를 먹고 탈이 났을 때 살구를 먹으면 낫는다고 합니다. 
 
살구를 너무 많이 먹으면 힘줄과 뼈가 상한다고 한 것은 그 신맛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생매실과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뭐든 지나치면 몸이 상하지요.

 

www.youtube.com/@k-health

 

생활한의학연구소

한의사 김형찬입니다. 생각과 일상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믿음으로 환자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생각들을 담아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한의학》, 《50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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