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을까?
“적당한 크기의 물병을 하나 준비해서 손 가기 쉬운 곳에 놓아두세요.
그리고 입이 좀 마르거나 피곤을 느낄 때 천천히 조금씩 드세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몸을 살피다 보면 마치 메마른 나뭇가지나 가뭄 든 논과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생활습관의 변화와 함께 물을 조금 더 마실 것을 권하는 편이다.
때론 어떤 귀한 약초보다도 좋은 물 한잔의 습관이 강력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 수량이 부족하거나 오염되면 강물 속 생태계에 문제가 생기듯, 내 몸을 채우고 있는 물이 그 양이 적절치 않거나 수질이 나쁘면 정신기능을 포함한 정상적인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런 문제가 쌓이다 보면 단순한 신체적 피로나 까칠한 성격을 지나 암과 같은 중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약재를 설명하는 장의 맨 앞에 나오는 것이 바로 물이다.
물을 먼저 설명하는 이유로 물이 태초에 하늘에서 생겼기 때문에 모든 약재 중 첫 자리에 놓는다고 말한다. 그
리고 다음과 같은 설명이 이어진다.
『물은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하여 사람들이 흔히 홀시하는데 그것은 물이 하늘에서 생겼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물과 음식에 의해서 영양된다.
그러니 물이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살찐 사람도 있고 여윈 사람도 있으며 오래 사는 사람도 있고 오래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흔히 수토水土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남쪽지방과 북쪽지방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흔히 좋은 물은 체액을 맑게 해주고 면역력을 상승시키며 몸 안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실제 세계적인 장수마을을 살펴보면 건강한 자연환경과 함께 물 좋고 인심 좋은 곳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물과 지리적 환경의 차이가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동의보감의 인식은 허언이 아닌 셈이다.
그러데 대한민국 국민의 91.66%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아닌 도시에 살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많은 사람의 내면에는 건강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갈증이 존재한다.
건강을 위해 좋은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유명한 물을 마시는 것도 한 가지 선택은 될 수 있다.
물에 녹아 있는 유용한 미네랄의 차이나 그 물이 채취된 곳의 환경이 주는 영향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약초라도 자란 환경에 따라 성분의 조성도 다르고 그것이 품고 있는 에너지(氣)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몸에 해로운 물질이 없는 깨끗한 물이면 좋다고 생각한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것이 꺼려진다면 한 번 끓여서 마시거나 음용수로 적당하다고 검증된 생수를 사서 마시는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물에 관한 또 한 가지 문제는 과연 얼마나 마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몸무게 10㎏당 330㎖ 정도를 하루에 마셔야 한다고 한다.
몸무게 60㎏의 성인이라면 하루 2ℓ정도를 마셔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단순하게 체중만을 기준으로 물을 마시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여름에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틀어 놓고 일하는 사람과 용광로 옆에서 일하는 사람이 흘리는 사람이 같은 양의 물을 마신다면 어떻게 될까?
전자의 경우에는 몸 안에 물이 과해서 생기는 수독水毒에 의한 질병이 발생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수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탈수증이 발생할 것이다.
이 외에도 평소 먹는 음식에도 수분이 함유되어 있고, 각자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다르므로 체중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갈증 날 때 마셔라."
가장 좋은 방법은 갈증이 날 때 마시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 갈증이라는 신호에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갈증이 날 때 가능한 차나 음료가 아니라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수
분을 보충한다는 의미는 같을지 몰라도, 소화반응이란 에너지와 물질의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물이다.
간혹 본인은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물을 잘 안 마시는 습관이 있으면 몸이 그에 맞춰 적응해 버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물을 유난히 적게 마시는 사람이라면 하루 500ml ~ 1ℓ 정도는 물을 일정기간 마셔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했을 때 몸이 붓고 무거워지거나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증상이 생긴다면 물이 과한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도리어 이전보다 갈증을 더 느낀다면 우리 몸이 균형을 회복하는 신호라고 봐야 한다.
물이 잘 공급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해서 그에 맞춰 몸의 세팅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전보다 피로도 덜하고 피부도 좋아지며 머리도 맑아지는 것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마셔라."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처럼 물도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몸이 갈증이라는 신호를 보내서 물을 마셨을 때 이것이 흡수되어 충분하다는 신호를 다시 보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너무 빨리 마시게 되면 과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 또한 과음하게 된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한의학에서 말하는 담음痰飮이 발생해서 기혈의 순환을 방해하고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천천히, 조금 더 욕심내자면 한 모금을 마시고 입 안에서 침과 잘 섞은 후에 2~3번에 걸쳐 나눠서 삼키면 좋다.
이렇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물을 우리 몸에 필요한 체액으로 전환할 수 있고 과음을 방지할 수 있다.
물을 잘 마신다고 해서 갑자기 건강해진다거나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
지만 충분한 양의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 자정작용을 유지하는 것처럼, 우리 몸 안의 물을 잘 관리하면 나를 이루고 있는 세포들과 그와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들이 제 기능을 잘 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은 생명과 건강의 바탕이다.
좋은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물을 잘 마셔야 한다.
생활한의학연구소
한의사 김형찬입니다. 생각과 일상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믿음으로 환자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생각들을 담아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한의학》, 《50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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