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걱정되세요?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카피처럼 몸의 피로가 잘 회복되지 않으면 간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병원 검사를 통해 실제 간에 문제가 생겼다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피로는 몸과 마음이 견딜 수 있는 이상으로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간에만 국한해서 볼 수도 없고 실제 간이 부담을 느끼고 있더라도 검진 결과상에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간이 다른 장부보다는 우리가 느끼는 피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의학에서도 ‘간자피극지본(肝者罷極之本)’이라고 해서 간이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피곤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흔히 ‘중병’이라고 부르는 병들도 피로를 잘 풀어내지 못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건강에 중요한 간을 잘 관리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간에 대한 이
해가 필요합니다.
간은 소화와 에너지 생산 그리고 해독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먼저 간은 담즙을 생산합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쓸개에 저장 되었다가 분비되는데, 지방을 작은 입자로 분해해서 소화를 돕고 지
용성 비타민과 칼슘의 흡수를 돕습니다.
또한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해서 대변이 원활하게 배출되도록 합니다.
간은 인슐린과 함께 혈당 농도 조절에도 관여합니다.
에너지 생산에 필요하지 않은 당을 간에서 글리코겐(간장이나 근육에 들어 있는 동물성 녹말)으로 전환하여 간과 근육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환해 에너지원으로 씁니다.
또한 음식을 과하게 섭취해서 쓰고 남은 영양분은 저장의 효율이 가장 높은 지방으로 간에서 전환되어 간과 지방조직에 저장됩니다.
이때문에 비만인 사람들은 지방간이 생깁니다.
간은 혈류를 타고 운반된 술과 약물, 각종 화학물질과 암모니아 같은 대사 과정의 노폐물을 해독합니다.
독성이 있는 물질을 덜 해로운 물질로 바꾸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독 과정을 거친 것들은 신장과 장을 거쳐 대소변의 형태로 배출됩니다.
이처럼 간은 에너지원이 되는 영양소의 소화와 이것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그리고 살아가면서 생긴 독소를 해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니 간의 기능이 떨어지면 피곤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외에도 간 기능이 떨어지면 가벼운 열과 함께 근육통이나 몸이 나른한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구역감이나 식욕 저하 그리고 복부의 불쾌감과 변비나 설사와 같은 위장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때론 황달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간은 오행 중 목(木)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며, 그 주요한 기능을 막힌 것을 소통시키고 순환시키는 것(疏泄)과 혈
(血)을 저장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봄에 새싹이 돋고 나무에 물이 오르고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간은 몸과 마음의 기혈 순환이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 즉 소설 기능을 합니다.
이 기능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리적으로는 우울해지기 쉽고 신체적으로는 배가 더부룩하고 트림이 자주 나오거나 변비와 같은 위장관의 이상 증상과 옆구리나 아랫배의 통증, 여성의 경우에는 가슴이 멍울지고 아프며 월경에 이상이 발생합니다.
때론 간의 이러한 기능이 항진되기도 합니다.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와 화를 적절히 풀어내지 못하거나 평소 술과 기름진 음식을 즐겨 몸과 마음에 과부하가 걸리면 기운이
위로 치밀어 오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머리가 터질 듯 아픈 심한 두통뿐 아니라 눈과 얼굴이 붉어지며 쉽게 화를 내는 증상이 발생합
니다.
고혈압이나 중풍 같은 순환기계 질환과 당뇨 같은 대사증후군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간이 혈을 저장한다는 것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영양 물질인 혈액을 저장하고 몸의 필요에 따라 그 양을 조절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눈이 건조해지고 침침해지거나 팔다리가 저리고 쥐가 나는 증상이 잘 발생하고,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
량이 변화하거나 조기 폐경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 간을 건강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장부도 마찬가지지만 간을 쉬게 하고 간에 필요한 좋은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먼저 신체적·정신적 과로를 피해야 합니다.
충분히 자는 것이 좋고 운동은 격하고 힘든 것보다는 가벼운 산책이나 피로를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신체 활동이 적당합니다.
자연과 접하는 시간을 늘리고, 태극권과 같은 기공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내고 기운의 순환을 돕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술, 담배, 과도한 약물, 화학물질,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음식, 그리고 가공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방과 설탕, 생선회, 갑각류 그리고 고기를 삼가야 합니다.
또한 과식을 하면 안 됩니다.
대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과일과 채소를 풍부하게 먹고 생식의 비율을 조금 높이고, 콩과 해조류 그리고 신선한 견과류를 즐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에서는 분노를 잘 다스려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고 가슴에 치미는 화를 다 풀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무작정 쌓아두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마치 몸속에 화약이나 독을 쌓아두는 것과 같아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폭발하거나 마음과 몸에 병이 듭니다.
내면의 성장을 통해 감당할 힘을 키우는 것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지금 정말 죽고 못 살았던 일도 10~20년이 흐른 후에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것처럼 스스로 큰 나무가 되면 작은 비바람에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거목이 아닌데 스스로 거목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으로는 감정을 요령 있게 다루는 방법이 있습니다.
열 받는 일이 있으면 즐거운 일에 몰입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것을 희석하고 명상이나 기공과 같은 이완 요법을 통해 그것이 남긴 흔적을 지워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기법과 같은 것으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일정 정도 연습을 해야 합니다.
몸을 쓰는 운동에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감정을 다루는 일도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처음엔 잘 되지 않겠지만 숙달이 되면 효과적으로 화를 내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다룰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를 수 있습니다.
토끼의 간을 먹어야 나을 수 있었던 용왕의 병은 몸 안에 화가 쌓여서 생긴 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바닷속 세상을 다스리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온갖 귀한 것들을 과하게 먹다보니 몸속에 열이 쌓인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지요.
모든 것을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신통한 힘을 가진 용왕조차도 몸과 마음을 원하는 대로 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마치 불이 난 집과 같다 해서 화택(火宅)이라 표현하고, 그 불은 우리 마음
속 탐욕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간을 잘 다스리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 마음속 불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적당한 불은 밥을 익히고 방을 따뜻하게 하지만, 이 불이 과하면 모두 불타 재가 됩니다.
그렇다고 불을 꺼버리면 밥은 생쌀인 채로 불어버리고 방은 냉골이 될 것입니다.
맛있는 밥을 먹고 따뜻하게 살려면 이불을 잘 다루는 재주가 필요합니다.
만약 간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고 심신의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몸과 마음의 불의 세기를 한 번 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 건강에 좋은 차
우엉, 민들레, 냉이는 간의 해독 작용과 기의 소통을 돕습니다.
【 우엉차 】
우엉 뿌리 4g 정도를 가늘게 잘라 말린 후 불에 가볍게 볶아두었
다가 우려 마신다.
【 민들레차와 냉이차 】
봄에 민들레와 냉이 1~2뿌리 정도를 뿌리째 캐서 잘 씻은 후 불에 차를 만들 듯 여러 번 덖어두었다가 우려 마신다.
생활한의학연구소
한의사 김형찬입니다. 생각과 일상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믿음으로 환자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생각들을 담아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한의학》, 《50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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