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찾는 건강

상추 - 기운을 소통시켜주는 식자재

김형찬 한의사의 생활한의학연구소 2024. 3. 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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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흔한 채소로만 알고 있는 상추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상추(와거)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조금 있다.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가슴에 기가 막힌 것을 통하게 하고 경맥을 통하게 한다. 

치아를 희게 하고 머리를 총명하게 하며 졸리지 않게 한다. 

또한 뱀한테 물린 것도 치료한다.
요즘 보통 먹는 채소를 말하는데 냉병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배가 차진다.

그러나 사람에게 몹시 해롭지는 않다."
 
상추는 쌈을 싸먹을 때 많이 먹기도 하고, 양념을 해서 나물처럼 무쳐 먹거나 샐러드로도 먹는데, 기운을 소통시키고 장부를 편안하게 해주니 두루 먹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차고, 찬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는 사람은 많이 먹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돼지고기도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상추쌈으로 먹는다면 성질이 따뜻한 마늘이나 고추, 고수와 같이 먹는 게 좋습니다.
 
흔히 상추를 먹으면 졸린다고 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시험기간에 먹는 것을 꺼리는데, 문헌에는 머리를 총명하게 하고 졸리지 않게 한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성질이 차고 기운을 소통시켜주는 상추의 성질 때문일 것입니다. 

상추를 자르면 나오는 흰 즙에는 락투세린과 락투신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진통과 최면효과가 있다고 하니 지나치게 많이 먹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워낙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원래 우리나라에 있던 채소인가 했는데, 원산지는 유럽과 서아시아로, 재배 역사는 기원전 4500년경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도 기록될 정도로 오래 되었습니다. 

중국에는 당나라 때인 713년 문헌에 처음 나오는데, 한국에는 중국을 거쳐서 왔을 것이라 합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중국문헌에 고려의 상추가 질이 좋다는 기록이 있으니 적어도 고려시대에는 상추를 먹은 셈입니다. 

그러니까 상추의 역사는 약 1000년 정도 됩니다.

 

우리 집 식구들에게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윗집에 살던 때 먹었던 돼지고기 양념구이였다고 모두들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어릴 적 살던 집은 같은 마을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식구는 많고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고기를 먹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날이나, 시집간 누나가 왔다든지, 외지서 공부하는 형이라도 와야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날이면 안방에 곤로를 들여놓고, 구멍이 숭숭 뚫린 구이 판을 올려놓고 빨갛게 양념된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방은 작고, 천장은 낮고, 골목으로 열린 작은 창과 방문을 열어놓고 굽지만, 굽다보면 이내 방안에 하얀 연기가 가득 찹니다. 

하지만 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젓가락 숫자는 많고 불판은 작고 고기는 적지요. 한 점이라도 더 먹기 위해 눈물까지 흘리며 싸먹던 불고기 맛은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모릅니다.
 
가끔 식구들끼리 삼겹살이라도 먹으러 갈라치면, 꼭 그 때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언제 그런 불판을 꼭 사다가 한번 구워 먹으면 어떨까 누나가 말하지만, 실제로 사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아무리 좋은 고기를 먹는다 해도 그때의 맛이 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차가워진 날씨에 뒷밭을 걷다 마주친 상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그때의 하얀 연기 가득찬 방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찬바람이 불지만 마치 코팅을 해놓은 것처럼 잎이 싱싱합니다. 지난주 셋째누나가 뜯어갔지만 이내 무럭무럭 자라서 며칠 내에 한 번 더 뜯어 먹어야겠습니다. 

잘 자란 상추를 보고 있노라니 주말에는 양념불고기를 먹어 주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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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의학연구소

한의사 김형찬입니다. 생각과 일상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믿음으로 환자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생각들을 담아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한의학》, 《50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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